전체 글403 고운 자태에 씐 음심.... 복숭아는 억울해 ‘도화살’이라는 말이 있다. 사주·명리에서 많이 쓰는데, 일반인에게도 꽤나 익숙하다. 예로부터 도화살이 있는 사람은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한 편력이 강한 것으로 여겨졌다. 도화살에는 성적 방종, 음란, 색기, 호색 따위의 의미도 따라붙는다. ‘도화살(桃花煞)’에서 ‘도화(桃花)’는 복숭아꽃을 의미한다.‘도색잡지’ 혹은 ‘도색영화’라는 단어도 있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나 중년층 이상에게는 익숙하다.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 등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색잡지의 대표격이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곤 했던 이 잡지를 수완이 좋아 손에 넣은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들끓던 또래 사이에서 종종 권력자가 됐다. 여기서 ‘도색’(桃色)의 뜻은 복숭아 혹은 복숭아꽃 빛깔이다.딱히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닌 이 단.. 2025. 4. 8. 니들이 울진의 빨간 맛을 알아? 홍게는 억울하다. 크기나 맛 모두 대게에 뒤질 바 없는데도 그간 꽤나 평가절하당해왔다. 아마도 몇 마리에 1만원씩 트럭에 쌓여 팔리는 싸구려 홍게가 쉽게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덩치에 비해 부실한 살, 인상을 절로 쓰게 하는 짠맛. 양손을 버려가며 번거롭게 껍데기를 까더라도 딱히 먹을 게 없는 것이 홍게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겨울 이맘때, 울진에서 만나는 홍게는 당신이 알던 홍게가 아니다. 당당하고 늠름한 외형만큼이나 실팍하고 차진 살, 달고 진한 맛에 놀라게 된다. 원래 홍게가 이런 맛이었나 싶다. 울진 후포항 왕돌회수산 임효철 사장은 “살이 없는 ‘물게’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겼을 것”이라며 “살이 꽉 차는 요즘은 홍게가 오히려 대게보다 좀 더 비싸다”고 말했다.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 말까.. 2025. 4. 8. 서른 네 살 셰프가 펼치는 도야마의 맛 일본 안에서도 숨겨진 일본. 남서쪽에 있는 도야마는 대자연과 진미를 고루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일본에서 나는 700여 종의 해산물 중 500종이 이 지역에서 나올 정도로 해양 먹거리가 풍부하다. 산과 강, 바다가 맑고 물이 좋은 이곳은 깊은 맛을 내는 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사케로도 유명하다.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알려진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선 푸디들이 방문하고 싶은 지역 최상위권에 꼽힐 정도로 미식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에서 전국구 관심을 끌고 있는 젊은 셰프가 얼마 전 한국을 찾았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일식당 ‘타마유라’의 초청으로 방한한 다카히로 게조다. 올해 서른 네 살인 그는 2020년 도야마 히가시이와세 지역에 자신.. 2025. 3. 20. 음담패설(飮啖稗說) 2 남성성 상징한 녹색 채소 상추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식탁의 동반자가 있다. 상추다. 상추를 펼쳐 구운 고기를 몇점 얹고 고추, 마늘과 쌈장을 곁들여 입안 한가득 쌈을 싸 먹을 때 느껴지는 충만감이란…. 고기가 없어도 된다. 상추잎에 밥과 장만 싸서 먹는대도 그것만으로 꽤 괜찮은 한 끼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상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함바집’에서도 만날 수 있는 상추는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채소다. 태풍이나 흉작으로 채소가 금값이 될 때면 상추 적게 준다고 삼겹살집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광경은 심심찮게 목도할 수 있다.상추는 고려시대부터 이미 즐겨 먹었다. 키우기 쉽고 잘 자라고 맛도 좋으니 사랑받지 않을 수 없다. 상추가 우리 조상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또 있다. 정력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 2025. 3. 19. 미안하다 곰탕만 떠올려서... 남도의 맛 진짜배기 나주 초겨울이면 몇년째 해 오는 ‘리추얼’이 있다. 날이 쌀쌀해지면 특히 맛이 좋아지는 홍어를 식당에서 혼자 먹는 것이다. 삼겹살집에서 ‘혼밥’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혼밥시대건만 자부해본다. 홍어회 앞에서의 혼밥은 꽤 높은 난도일 것이라고.이번 겨울 초입, 창덕궁 근처 한 홍어집에선 본의 아니게 혼밥에 실패했다. 옆자리에 앉은 초로의 부부는 곡진한 사연이라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친근하게 말을 건네오셨다. 몇마디 섞고 대충 선을 그을까 했으나 불가능했다. 틈날 때마다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취미라는, 인천이 고향이라는 이분들이 알려주는 상호들은 거의 처음 들어본 곳들.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떡밥’이었다. 받아 적느라 홍어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을 못 차리던 ‘혼밥러’에게 그분들은 물.. 2025. 3. 19. <음담패설飮啖稗說 >1 살로써 살다, 그 새빨간 원초적 본능 (1)‘고기’는 외설적이다?성에 관한 욕망과 표현을 억제했던 조선시대, 제아무리 지체 높은 양반이고 예술의 거장이라 한들 원초적 욕망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다양한 고전에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김홍도 ‘운우도첩’.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육담’ 하면 무엇을 떠올리게 되나. 고깃집 상호?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포털 사이트를 열고 이 단어를 입력하면 고깃집 상호가 상단에 주르륵 뜬다. 육담(肉談)의 사전적 의미는 음탕하고 품격이 낮은 말이나 이야기다. 한마디로 음담패설이다. 그래서 육담에 주로 호응하는 수식어는 ‘질펀한’ ‘노골적인’ ‘낯뜨거운’ ‘걸쭉한’ 따위다.고기, 살을 의미하는 ‘육(肉)’과 음담패설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거칠게 말하자면 인간의 몸은 고깃덩이다. 몸은 원초적이고 본능적 .. 2025. 3. 19. 이전 1 2 3 4 ··· 6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