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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통신

니들이 젖몸살을 알어?

by 신사임당 2018. 7. 1.

 

 

 

넷플릭스 화면

 

시쳇말로 클라스 오지고 지린다. 이철우 경북지사 당선자 인터뷰를 보는데 이런 말이 나온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새마을 운동과 같은 국민차원의 정신운동이 필요하다’고. 또 한 술 뜬다. ‘젊은 층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범국민 운동을 해야 한다’고.  

그러고보니 내 주변의 ‘범죄자’(?)들 얼굴이 숱하게 떠오른다. 저분들의 사고 수준. 당할 수가 없다. 졌다. 앞으로 경상북도의 저출산 해결 정책들을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다. 얼마나 ‘재미지’고 ‘창조적’인 것들이 나올지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 정말 많다. 애낳고 키우는게 공장에서 재료 넣어 쑥쑥 찍어내는 건 줄 아는 사람들, 우리 엄마, 누나들은 논밭 매가면서 너댓명씩키웠는데 요즘 것들은 기본기가 덜 되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다.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 무지해서, 혹은 전통적 가치를 충실히 내면화 해서 그것이 뭐 그리 대수인거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그런 분들을 포함해 출산과 육아라는 게 무엇인지, 그것이 여성에게 어떤 변화와 영향을 주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바로 미국 코미디언 앨리 웡의 스탠드업 코미디다. 넷플릭스에서 <HARD KNOCK WIFE> 라는 제목으로 볼 수 있는데 정말 대박이다. 홈페이지에 떠있는 화면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몸에 붙는 짧은 호피무늬 원피스를 입고 만삭인 배를 한 채로 마이크 들고 자신감 뿜뿜 넘치는 표정이라니. 

 

둘째를 임신하고 무대에 선 그는 2년전 첫 딸을 임신하고 출산, 육아한 과정을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하는데 정말 적나라하게, 팍팍 공감되게 묘사한다. 이십년이 다 된 그때의 힘들었던 기억에 몸이 짜르르 떨릴만큼 말이다. 처절하고 심각한 이야기인데 웃기기는 또 얼마나 웃긴지... 

 

딸을 정말 사랑하지만 육아 스트레스에 치이다보면 아이를 쓰레기통에 버리기 직전 상태로까지 간다는 초반 이야기에서부터 빵 터진다. 모르는 사람은 너무 심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이건 겪어본 사람만 안다. 그래서 관객석에 앉은 여성들 역시 박수치고 휘슬을 불며 호응한다. 

그가 말하는 출산과 육아는 ‘전업 노가다’다. 퇴직 연금도, 동료도 없이 온종일 인간 ‘다마고치’와 독방에 갇혀 생활하는 것. 리셋 버튼도 없어 극도로 위험하다. 차라리 다마고치가 아기보다 소통이 쉽다. 적어도 다마고치는 똥을 싸면 신호라도 주지, 아기는 엉덩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야 한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미국 사회의 몰배려, 성차별적 인식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지적한다. 그는 “캐나다, 프랑스, 독일같은 선진국에선 최장 3년의 출산 휴가도 주는데 미국은 연방정부에 출산 휴가와 관련한 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또 성차별적인 질문도 자주 받는다고 했다. 대표적인 질문은 “당신이 여기 있으면 애는 누가 보냐”는 것. 또 있다. “어떻게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느냐고 묻는데, 이 질문은 절대 남자들에게 묻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난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 중 ‘젖몸살’과 관련한 부분에서 특히 공감됐다.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이라도 남녀불문하고 출산의 고통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가끔씩 여자들끼리 모여 출산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빠지지 않는 것이 이 젖몸살 이야기인데 출산하지 않은 여성들 중에서는 젖몸살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이건 신도 감춰놓은 고통 쯤에 해당한다. 

제왕절개로 출산했다는 앨리 웡은 출산보다 모유수유가 더 힘들다고 했다. 아마 같은 경험이라면 이 말이 뭔지 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물론 출산의 고통에 비할바겠나마는, 누구도 몰라주는 이 고통, 정말 끔찍하다. 

출산의 고통은 짧고 강렬하다면 젖몸살은 대략 몇주간은 이어질 정도로 길고 지긋지긋하다. 보통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경우보다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경우에 젖몸살이 더 많이 생긴다고들 하는데 그건 수술 후 회복이 될 때까지 모유수유를 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출산 뒤에 바로 모유가 돌기 시작하는데 각종 항생제며 치료제를 투여받고 있기 때문에 모유를 아이에게 먹일 수가 없다. 유축기 등을 사용해 빼내지 않는다면 그대로 남아서 붓고 굳는다. 어떻게 굳느냐고? 금세 가슴 뿐 아니라 겨드랑이, 목까지 딱딱하게 부어 올라 열이 나고 겁나게 아프다. 가만히 있는데도 쿡쿡 쑤시는 듯하다. 두통까지 생길 만큼 아프고 심한 경우 턱과 이가 아파 뭘 제대로 먹지도 못할 정도다. 그런데 이걸 해결하는 건 ‘세게’ 마사지해서 풀어주는 수 밖에 없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손만 대도 찌릿찌릿한데 세게 마사지를 해야 한다는, 선 경험자들의 '처방'을 들으며 느껴야했던 그 무너지는 듯한 공포와 절망감이란.... 

보통 출산 뒤에는 나직하고 느른한, 그러면서도 여유있는 목소리들이 산부인과 병동의 공기를 데우게 마련이지만 처절한 곡소리가 나는 침대를 들여다보면 거의가 다 이 젖몸살로 인한 고통이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사지를 받고 있는 중이라서다. 이  마사지의 시작은 앞 섶을 헤치고 뜨거운 스팀 타올을 올리는 것 부터다.  뜨거운 타월로 풀어주고 난 뒤 마사지해주는 분이  체중을 실어 슬슬 압박해 오는데... 몸서리처질 것 같다.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이 넘나 아프다. 

누가 이런 마사지를 해주느냐고 묻는다면,  산후조리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 중에 이런 마사지를 해주는 분들이 계신다.  70년대에 출산을 했던, 우리 엄마를 비롯한 그 또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산후조리 해주는 친정엄마나 이웃 아줌마 혹은 남편들이 해주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했다. 강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여자들이 하는 것보다 남자들이 해야 세게 마사지가 되어서 빨리 풀어진다며.... 

이 마사지를 몇차례 받으면서 겨우 모유수유를 시도하게 된다. 지난한 고통의 젖몸살과 마사지, 그리고 거듭되는 사투. 이미 며칠간 분유맛에 길들여진 아이가 바로 모유를 먹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잘 안먹으니 또 젖몸살. 무한 루프다. 

누군가 젖몸살 마사지가 어떤거냐고 묻길래 예전에 딱딱한 치즈를 손으로 비비고 열을 내 액체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그땐 좀 과장해서 말한다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딱히 틀린 설명은 아닌것 같다. 

 

젖몸살과 별개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 위한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은 별개다.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고 유두에서 피가 나고 쓰라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그건 따로 시간을 내서 한참 설명을 해야 할 주제이므로 그냥 넘긴다. 

 

암튼 앨리 웡은 모유수유와 젖몸살의 고통을 설명하며 “아무도 임신한 뒤 생기는 개똥같은 일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외친다. 살벌, 통쾌, 짜릿, 시원한 그의 코미디쇼. 저출산 문제를 출산 장려 새마을 운동과 같은 정신운동으로 극복하자며, 코미디를 참칭하고 코미디를 시도하려는 저들. 부디 이 쇼부터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