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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토크

동양그룹 왜 이렇게, 앞으론 어떻게?

by 신사임당 2013. 9. 25.

이달들어 재계에 일이 많습니다. STX에 이어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 또 제일모직도 패션사업이 에버랜드로 넘어가는 등 굵직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네요.

먼저 동양그룹을 살펴볼까 합니다.

재계 30위권인 동양그룹이 유동성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자매그룹인 오리온에 원조를 요청하며 희망을 가졌지요. 그렇지만 오리온도 안팎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결국 거절하고 맙니다. 어떻게라도 좀 도와준다면 비벼볼 언덕이 생기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으나 이 계획이 무산되면서 동양그룹은 당혹감 속에 위기에 더 한발 다가섰습니다. 당장 이달, 다음달 돌아올 수천억원의 어음이 있는데 앞으로 동양그룹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자산을 매각하고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를 돌파해 나가면 좋겠지만 이것이 잘 풀어지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습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현재 동양그룹과 오리온 그룹은 자매그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같은 동양그룹으로 성장해 오다 2001년 동양과 오리온이 분리됐습니다. 동양그룹은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이 1957년 동양시멘트공업을 설립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고 이 회장은 딸만 둘을 뒀습니다. 큰 딸이 동양그룹 이혜경 부회장, 작은 딸이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입니다. 그리고 큰 사위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작은 사위가 담철곤 오리온 회장입니다. 재계에서는 드문, 사위가 기업을 승계한 경우입니다. 현 회장은 검사로 재직하다가 고 이회장의 큰딸과 결혼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담 회장은 화교출신입니다.

 

 이 회장이 타계하고 3년 뒤인 1992년부터 동양그룹은 한 지붕아래 현재현회장, 담철곤 부회장 형태로 공동경영체제가 유지됐습니다. 현 회장은 시멘트, 건설, 금융, 전자 쪽으로,  담 회장은 초코파이로 잘 알려진 제과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세를 키워갔지요. 이 때문에 재계에서도 성공적인 사위 승계의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동양그룹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시 주력이던 동양종금 등 금융계열사들이 퇴출위기에 내몰리면서 동양은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 붓고 안간힘을 쓰며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동양그룹에서 오리온 그룹이 분가합니다.

그렇게 십여년을 지내오며 사세를 키워오던 동양그룹을 위기로 몰고 간 것은 최근 몇년간 이어진 건설경기 부진입니다. 시멘트, 건설, 금융 등이 주력인데 건설경기 악화로 주력사업이 휘청이고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부채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동양은 구조조정에 나섭니다.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돈될만한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이지요. 한때 주력게열사였던 동양매직까지 매물로 내놓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찮았습니다. 자산매각이 지지부진한데다 여전히 계열사들의 실적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부채비율이 늘어나며 악순환이 지속됩니다. 게다가 몇달전부터 동양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은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까지 강등되고 맙니다.   회사의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함은 이들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나 어음의 투자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이들 회사의 회사채 발행도 더 어려워지는  거지요.

문제는 10월부터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는데, 이 내용을 보면 금융사는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계열사의 회사채나 어음을 판매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동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동양증권이 다른 계열사의 회사채나 어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럼 다른 증권사들이 팔아주면 되지 않느냐고요. 문제는 동양 계열사들의 투자 위험성이 높아 이를 취급할 증권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죠. 자연히 돈을 구할 방법이 막히는 겁니다. 그동안 동양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나 어음을 막기 위해 다시 회사채나어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꺼왔으니 말입니다. 

올  10월에만 3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제 문제가 본격화되는 겁니다. 도대체 어디서 돈을 구하느냐는 것입니다. 10월 위기설도 그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몇주전 금융감독원장이 현재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오너와 경영진이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 상환을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금융당국이 동양의 회사채를 산 투자자들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한 것이죠.  통상적으로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거나 하면 채권단의 지원, 결정 여부 등이 중점적으로 부각되는데 동양은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더 부각된 것입니다. 이는 동양그룹이 은행등 금융권에서 빌린 돈보다 회사채, 어음 발행을 통해 빌린 돈이 훨씬 많아서 인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금융권보다 개인들에게서 더 많은 돈을 빌렸다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한다거나 채권단이 결단을 내린다거나 하는게 어렵습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수만명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겁니다.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오너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당국의 당부까지. 동양그룹 오너가 얼마나 진퇴양난의 심정일지 조금은 짐작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매기업인 오리온에게 SOS를 요청한 것이고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거죠. 추석을 함께 보내며 지원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2006년 주간경향에 게재됐던 동양그룹, 오리온 그룹 가족사진

 

 

그런데 결국 오리온은 동양그룹을 지원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담철곤 회장 부부가 가진 주식을 (동양이 돈을 빌릴 수 있는) 담보로 내놓을 수 있지만 오리온 입장에선 이를 돌려받지 못할 만약의 경우의 수도 생각지 않을 수 없죠. 그렇게 되면 오리온 역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리온의 답을 듣기 전에는 혹시나 하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서 동양은 혼자만의 힘으로 자력갱생하는 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동양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며 돈되는 모든 것을 팔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동양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