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똑똑똑-이효리 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효리씨는 그동안 정말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책도 많이 읽고 공부하면서 부쩍 성숙해진 느낌이었답니다.
일일이 대입하며 비교할 건 아니지만 그에게서 안젤리나 졸리의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그녀. 무척이나 멋있더군요. 그날의 대화 전문을 올립니다.
이-오빠랑 이렇게 가까이 앉아서 사진 찍어야 돼? 짜증나. 빨리 끝내자
김-나는 뭐 좋은 줄 아냐.
이-규리 만났는데 오빠한테 안부 전해달라.
김-닥치라 그래. 나랑 사귀지도 않을거면서.
너, 내 책 읽었어? 보내줬잖아.
이-안줬어.
김-그거 20만부 가까이 나갔는데 안읽었단 말야?
이-난 베스트셀러는 안읽어.
김-그럼 뭐 읽어?
이-스님 책. 법륜스님의 자녀를 위한 기도, 뭐 등등.
김-너 이상하다. 왜 이래?
이-오빤 손이 왜 이래? 노가다 손인가봐. 굳은살 좀 봐.
김-매력적이지? 섹시하지?
이-손가락이 너무 짧아.
김-나보고 이상형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옛날에. 멋모르고 철없을때. ;
김-너 그때 나보고 이상형이랬잖아. 핑클 때도 그랬고. 너 작년에 술먹고 떡됐을 때도
이-기억 안나.
김-너 내 얼굴 잡고 그랬잖아. 술 좋아하고 산좋아하고 책 좋아하고 그런 사람이면 좋은데, 오빤 대충 맞는데 조금만 더 잘생겼으면 좋겠다고 했어. 대놓고. 아쉽다고.
이-그렇지. 좀만 더 잘생기면. 아쉽지.
김-너 근데 이렇게 보니 완전 다른 사람같다. 예쁜데. 오랜만에 알았어. 네가 예쁘다는 것을.
이-사인해 줄까?
김-아니 됐어.
이-오빠가 날 인터뷰 한다고? 대충 하고 빨리 끝내자. 인터뷰어의 자세가 뭐 이래.
김-됐고. 너 저번에 왜 울었냐? 유기견 보호소 갔을 때. 철창 붙잡고 우는거 나만 살짝 봤어.
이-여러가지 원인이 있었어.
김-나 때문에?
이- 보호소 바로 뒤에 도살장이었잖아. 보호소 청소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개를 마구잡이로 들고 지나가는 거 봤어? 내가 그걸 본거야. 한쪽에선 청소하고 한쪽에선 개를 도살하거 끌고가고. 그러니까 갑자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허탈하게 느껴지는거야.
보호소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너무 오랫동안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으니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하시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우리도 힘들고. 그런 모든게 속상하고 안타깝더라고. 근데 그런데 가면 자주 울게 돼. 웬만하면 안보이고 싶은데 너무 열악하고, 속상하니까. 그런데 뭐야? 날 그렇게 주시하고 있었어?
이-사람들은 동물보호하러 보호소에 봉사간다면 그렇게들 말하잖아. 사람도 못 도우면서 뭘 동물을 돕느냐고. 그렇지만 난 그 보호소 소장님을 돕는거거든. 그분이 혼자 하셔야 할 일을 우리가 돕는거잖아. 그런데 계신 소장님들 너무 열악하게 사는 경우가 많아. 완전히 사회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처럼 사시는거야.
김-그래서 그런지 넌 가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 계시던 방에 들어가서 잽싸게 치우더라.
이-우리가 안하면 소장님이 하루종일 하셔야하는건데. 그런 일손을 돕자는 거지.
김-어쨌든. 나도 얼떨결에 널 따라 가긴 했지만 어떻게 시작하게 된거야? 나 깜짝 놀랐다.
이-동물보호협회에 가입해서 활동하면서 보호소를 처음 방문했어. 그런데 너무 열악하고 상상을 초월하는거야. 이런데가 존재하는줄도 몰랐지. 처음에 너무 충격을 받았어. 그래서 이런 사태에 대해서 알려야겠다 싶었지. 내가 그래도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이런걸 알리고 싶었어.
김-처음 갔을 땐 어땠어?
이-지옥같았어. 냄새, 짖는소리, 날리는 털이랑 굴러다니는 똥이랑. 그런데가 무수히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충격받았지. 양로원이나 고아원은 가는 사람들이 많잖아. 내가 30년 살면서 이런데가 있다는 것조차 처음 봤으니까.
김-너 서른 셋이쟎아. 그럼 정확하게 해야지. 왜 얼렁뚱땅.
이-알았어.
김-너 고아원이나 양로원은 많이 갔었잖아.
이-많이 갔지. 그런데 틱낫한 스님이 그러셨어. 너무 할 일이 많을 때는 내게 와닿는 것을 먼저 하면 된다고. 해야할 일이 많고 도와야 할데가 많지. 그런데 그게 나에게 먼저 와 닿았어. 그래서 와닿는 것을 시작한거야. 굳이 사람이 왜 먼저가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딱히 할 말은 없어.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까 그전에 안보였던 불쌍한 사람들이라든지 열악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김-다 같은 생명이니까.
이-약자잖아. 약자에 대해 생각하다가 제일 약자인 동물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 말도 못하고 표현도 못하잖아. 어쨌든 그 일을 시작으로 폭을 넓혀가려고 해.
김-약자에 대한 의식이 생긴거네.
이-그런거 같아. 그런데 왜 , 언제, 어떤 계기인지는 잘 모르겠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채식도 시작하게 됐어.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고. 다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것 같아. 동물, 자연, 환경, 소외계층. 다 연결돼 있어. 사람들이 먹을 소와 돼지를 키우고 그 가축들에게 먹일 작물을 재배하느라 나무를 베고 사람들이 쫓겨나잖아. 동물 먹일 사료 재배하느라고 땅이 모자라니까 정작 굶어죽어가는 아이들에게 먹일 게 없는거야. 육식, 기아, 소비, 환경문제. 결국 동물보호를 시작하면서 단계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거지.
이-동물 학대하는 뉴스가 나오잖아. 학대에 죄책감을 못 느끼게 하는 사회분위기가 다 연결돼 있다고 봐. TV도 그렇고 게임도 그렇고.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생명을 경시하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것 같고. 예전에 패떳할 때 닭잡고 이런 장면이 많이 나왔었는데 당시엔 별 생각없이 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김-채식한다고 했는데 고기 먹는 사람이 싫다거나, 반대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
이-그럼. 당연하지. 제대로 잘 키워서 제대로 먹었으면 하는거야. 워낙 많이 소비하다보니 유전자조작하고 공장식사육하잖아. 더 많이 생산하려고. 거기서 온갖 문제가 생기는 거지. 이게 싫은거야. 잘 키워서 잘 먹자는 거야.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소비를 줄여야 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잘 키우고, 좀 더 비싸지겠지만 좀 줄여서 먹고. 몸에도 좋잖아. 육식이 아니라 공장식 사육을 반대하는 거야. 그 피해는 환경, 결국 사람에게 가는 거거든.
김-그렇지. 엄청나게 먹어대니까 소를 키우고 소 먹일 사료 재배하느라 사람들이 밀려나는 거지.
이-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대. 우리 어릴 때만 해도 한달에 한번 정도 고기 먹으면 많이 먹었잖아.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일주일에 세번 정도는 먹는것 같아. 그렇다고 더 건강해졌냐면 그것도 아니잖아. 많이 먹는다고 좋은 점이 없는 것 같으니까 줄이자는 거고, 난 그의미로 채식을 하는거지.
김-너 채식한다고 한 것 때문에 속상한 일도 있었잖아.
이-그렇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실만도 하잖아. 이해는 돼. 하지만 사람은 생각이 바뀔 수 있는거잖아. 그 당시엔 고기를 먹을거면 수입고기보다 한우를 먹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홍보대사를 했던거고, 유기견 보호활동을 시작하면서 고기먹는 것을 줄이는게 맞다고 생각이 바뀐거지. 지금 내 생각에 맞다 싶은 것을 하면 되는거라고 생각해.
김-그러니까 나라도 좀 소비를 줄이자는 생각에서 채식을 하는거네.
이-응. 내가 뭘 하면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있으니까 그 파급효과를 기대한거야. 채식에 대해 한명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면 좋은거니까.
김-그게 축산농가에도 좋은거지. 공장식 사육이 구제역도 키운거니까.
이-구제역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힘들었어. 소들은 또 얼마나 많이 죽었고. 결국 사람들이 더 많이 먹겠다고 하니 공장식 사육을 하는거고 그런 결과를 낳는거잖아. 누굴 위한거겠어. 축산업하시는 분들도 너무 힘들잖아. 그전에 바로 잡으면 좋지. 덜 먹고 친환경적으로 사육하면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으면 좋잖아.
김-너 그때 비난하는 기사가 막 쇄도하고 논란이 되니까 충격받고 나랑 했던 약속도 펑크냈던거 알지?
이-몰라.
김-너 집들이 약속했다가 펑크냈잖아. 기사보고 충격받아서 ‘나 은퇴할거야’ 이러면서.
이-오빠도 그때 비슷한 일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다. ‘재도전’ 사건 터졌잖아. 그때 오빠도 은퇴한다며?
김-네가 뭐라 그랬는지 알아? 나도 은퇴할거라고 그랬더니 넌 ‘오빠는 가만히 있어도 은퇴시켜 줄거야’라고 했던거 생각 안나?
김-지금 네 이야기 들어보니 즉흥적으로 결심한 것 같지는 않다. 공부도 많이 한것 같네.
이-책을 많이 읽었어. 불교 사상에 관심이 생기면서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같아.
김-너 지금 종교가 불교냐?
이-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불교사상을 존중해. 그리고 나한테 참 잘 맞는것 같아. 내 마음에 와 닿아.
김-너랑 나랑은 참 공통점이 많아. 우리가 어떻게 발전하지 못하는 건, 내 얼굴 때문에 그런거지?
이-딱히 얼굴 때문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안땡겨.
김-그래서 우리같은 사이를 축복이라고 하는거야.
이-이런 얘긴 좀 그만하자.
김-그럼, 길게 할라 그랬어? 알아 나도. 서로 땡기는 것도 축복이지만 서로 전혀 안땡기는 것도 축복이야.
이-그럼. 한쪽만 땡기면 정말 서로 힘들지.
김-보호소는 얼마나 자주 가?
이-한달에 한두번. 다음엔 오빠가 같이 간 애들 밥 사줘.
김-넌 왜 밥은 맨날 나보고 사라 그래?
이-오빠잖아. 오빠가 밥사주는 거 사람들이 좋아해.
김-그럼 넌? 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거고?
이-응. 당연하거 아냐? 난 요즘 그런 생각이 들더라. 연예인이 참 좋긴 좋다고. 누군가가 내일 봉사가는데 모여주세요 하고 트윗을 해도 얼마나 모이겠어. 그런데 오빠나 나나 다른 연예인들이 하면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모여주잖아. 이건 연예인들의 특권이야. 이런 특권과 영향력을 의미있는데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아냐?
김-너 참 철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내가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가 많았던 것 같아. 지금 봉사활동 간다고들 하는데 난 봉사가 아니고 수행이라고 생각해. 하면 할수록 마음이 괴롭고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발들여놨다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 때마다 가는거야. 마음에 잊지 않으려고.
스님이 말씀하셨듯 봉사활동은 봉사가 아니라 내 마음을 다잡고 수행하는 도구로 삼는 것 같아. 사람들이 좋은일 한다고 할 때마다 사실 그게 아닌데 싶어서 민망해. 내가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고 싶어서 하는 거거든. 이런 일을 할수록 깨닫는게 있으니까. 궁극적인 깨달음의 길을 가고 싶어서 하는건데. 사실 나를 위해서 하는거야.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게 아니라.
김-난 네가 거기서 계신 분들한테 잔소리하고, 때론 화도 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 사람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도 안하나 싶었는데 네가 그분들에게 잔소리하고, 진짜 엄마 아빠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네 진심을 알게 됐어. 그들을 봉사의 대상, 약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동등하게 대하는 거잖아.
이-그래서 할말도 하고 잔소리도 하고 그러는거야. 종종 보면 봉사의 대상이 되는 그분들과 봉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해와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일이 생기면 봉사한다고 갔다가도 정떨어지고 지쳐서 나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지. 그러니까 잔소리도 하게 되고 화도내고 하는거같아.
김-야, 우리 효리 도텄다. 이러다가 절에 들어가서 비구니 되는 거 아냐?
이-요즘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
김-여튼 난 니가 견사 앞 철창에서 우는 모습 보면서 외로워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주의 중심 이효리가 어떻게 저렇게 됐지? 버림받은 동물들에게 감정이입하나 싶고. 연예인이란게 인기로 살면서도 그걸 잃으면 버림받는 것 같은 그런 감정일텐데, 괜히 그래서 짠했어.
이-모르겠어. 버림받는 것에 대한 감정이입 이런건 아니고. 그냥 눈물이 났어. 그리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끌리고, 해야만 할 것 같아서 하는거야. 왜 힘들다고 울면서도 또 가는지 모르겠어. 언젠가 아는 날도 있겠지.
김-너 예전에 아프리카 봉사활동도 갔다왔지? 그런데 사람도 힘든데 뭘 개나 고양이까지.. 이런 생각도 있는게 사실이야.
이-난 개나 고양이만 도와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개든 고양이든 개미든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주의야. 동물이 행복하지 않은데 사람만 행복한 세상은 없을것 같아. 다 이어져 있다고 봐. 조화롭게.
김-나도 너한테 농담삼아 했지만 그날 너랑 같이 보호소 갔을 때 들었던 생각은 봉사하러 오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정말 행복하더라.
이-나도 그래. 예전에 술마시면서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봉사하면서 만난 친구와의 유대감이 완전히 달라. 의지하는 마음도 되게 다르고. 이런 생각을 했었어. 예전의 나라면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내가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못봐서 잠시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런데 그런 슬픔과 추도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동지를 잃었다’는 느낌을 남기고 갈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죽는다면 나를 못봐서 슬픈게 아니라 뭔가를 함께 하는 동지를 잃은 안타까운 느낌을 남기고 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잘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유희에 의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신념을 갖고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만나는 모임에서 느끼는 희열이 다른거야. 목표가 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을 위한 것일 때 오는 보람이나 느낌이 너무 좋았어.
김-연예인 이효리가 가졌던 공허함을 거기서 채운거네.
이-응. 행복을 느꼈어. 틱낫한 스님 말씀이 관심이 나에게만 있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고 하셨어. 난 그동안 나한테만 관심이 있었어. 나랑 관련없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기아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든 관심이 없었어. 오로지 나에 대한 관심만으로 가득했는데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어. 나에대한 관심은 공허하고 한계가 있더라. 사람은 올라가면 내려가게 마련인데. 지금은 나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세상에 대한 관심을 늘였어. 그랬더니 행복해. 지금. 많이 좋아.
내가 전에 은진이도 봉사할 때 데려갔잖아. 그런데 지난주엔 자기 친구들 데리고 갔더라. 자꾸 퍼지는 것이 행복하고 보람돼.
김-그래 부자 가난한 사람 고양이 개 사람 가리는 것은 아닌데 일단은 도와주자는 건데. 우리 중에 느꼈던 좌절감이 있었어. 약간의. 이번 수해 때도 다들 힘모아 갔는데 거기 수해 피해 입은 사람들 집에서 나온 흙묻은 골프채를 닦으면서 그런 마음이 들어 괴로워했지. 피해입은 사람들은 호텔로, 여행하러 가버리고. 그런데 스님말씀이 그거야. 삽이든 지게든 골프채든 무슨상관이냐고. 흙이 묻은 것을 닦아 깨끗해지면 우리 마음도 깨끗해지는건데 미워하면서 봉사하는 건 우리만 속상한거라고.
이-남을 위해 간다면 그런 마음이 들어 힘들 수 있어. 그런데 나를 수행한다면 그런 마음 안생겨.
김-야, 우리 효리 도 텄네. 특강할 때 청해 들어야겠는데.
이-표절 사건 나오고 내가 방송을 쉬었잖아. 그동안 곰곰이 생각해봤어. 내가 13년간 활동했는데 한번도 쉰 적이 없는거야. 단 한번도. 매일 흔들리고 흩날리는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1년을 쉬면서 알게 됐어. 내가 원하는게 뭐고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또 내게 행복을 주는게 뭔지 안 것 같아. 그래서 내가 표절사건에 얽혔지만 그 사람에게 감사의 절을 드리고 싶다는 말도 했어.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도 없이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바빴던 건 내 성취욕도 있었고 욕심도 있었지만 내 주변사람이 날 가만두지 않았던 측면도 있어. 그렇게 나 스스로, 또 주변에 휘둘려서 일하다가 그 사건 때문에 내가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된거였지. 사실 그 땐 죽을 것처럼 힘들었어. 그런데 지금 너무 고마운거야. 그런 일 없었으면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을거고. 스님이 말씀하시잖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이 세상엔 없다고.
김-맞아. 원하는게 다 이뤄진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안 원하는 일이 생겼다고 나쁜 것도 아니라고. 그때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래.
이-그땐 그런 일이 생긴게 지금 보면 너무 너무 다행인거야. 난 왜 이런일이 생겼을까. 그 사람이 왜 날 찾아왔을까. 난 왜 못알아봤을까. 별의별 원망을 다하고 자책도 많이 했어. 창피했고. 내가 가진 인기를 다 잃어버릴까 두려웠지. 그땐 그 사람이 밉고, 찾아가서 쌍욕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절하고 싶어. 그때 잘 됐으면 여전히 바쁘고 몇푼 더 버는 게 다였겠지 뭐. 안그래? 내가 그 상황에서 잘 돼도 더 올라갈 데가 어디 있었겠어?(웃음).
김-우하하. 우주의 중심 이효리가 어련하시겠어. 그래도 지금이 훨씬 마음편하고 좋지? 미워할 때보다.
이-그럼.
김-그땐 사람들에 대한 원망도 있었을 것 같아. 난 열심히 했는데 세상이 몰라준다고.
이-그랬지. 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모든게 너무 자극적인거야. 난 사기당했고 피해자인데 왜 나한테 악플을 달까. 난 위로 받아도 모자라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 억울한데 욕은 내가 먹는다는 생각에. 그런데 지금은 아무 생각없어. 쉴 수 있는 시간을 준거니까. 무언가, 그러니까 우주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우주의 중심을 쉬게 해주자고. 난 그렇게 생각해.
김-미치겠다. 역시 이효리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거네.
이-그러니까. 스님말씀에 공감하게 돼. 내가 경험하고 느끼니까 그 말이 뭔지 알겠어. 요즘 책도 더 많이 읽게돼.
김-사랑 받을 때가 행복하니 사랑을 줄 때가 행복하니.
이-줄때가 당연히 행복하고 좋지. 그런데 내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피해를 감수하면서 희생했던 기억이 없었어. 요즘 그래서 행복해. 내가 요즘 행사도 안하잖아. 수천만원짜리 행사도 안갔어. 그런데 얼마전에 한군데 갔어. 내가 가면 1년 동안 유기견 보호소에 개 사료를 대주겠대. 한달에 1톤씩. 그래서 얼른 갔지. 너무 기쁘더라고.
김-맞아. 그게 희한하게 그렇게 돼. 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놀듯이 인생을 사는거지. 그건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이고 이기적인거야. 그런데 결국 여러사람이 행복해져. 네가 그동안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효리였다면 지금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찾아가는거야. 난 그게 너무 좋아.
이-내가 작년에 활동을 쉬면서 만난 분이 있어. 그분을 만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지. 그 분이 나보고 그러시더라. 집에 금은 무지하게 쌓여 있는데 밥을 해 먹을 쌀이 없다고. 정작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신거야. 그 말씀을 듣는데 나를 위한 것이 뭘까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러면서 내 자신을 알아가고 싶었던거지.
이-내 바램은 그래. 내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잠깐 하다 마는거, 이건 아니잖아.
김-난 니가 이정도 하다 그만둬도 좋아. 너 행복한대로 하면 돼.
이-난 그만두고 싶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떤때는 이것저것 안보고 스님처럼 산속에서 자연만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김-스님이 그러시더라. 산에는 이꼴저꼴 없는 줄 아느냐고. 하하. 어쨌든 네가 행복해 보여서 참 좋다. 연락을 자주 못해도 마음 편하고 좋아. 그런데 활동도 해야지. 앨범 작업은 안하냐?
이-해야지. 나는 계속 연예인으로서도 유명세를 유지하고 잘 해야해. 그래야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원하는 것을 더 잘 할 수 있지.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 예전에 텐미닛 할 때, 그때 이런 것들을 이야기했더라면, 지금 느낀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그걸 이제사 깨달은게 안타깝고. 그때 나 신문에 맨날 1면 기사 나왔잖아.
내가 산 신발이 불티나게 팔리고, 내가 어떤 액세서리를 하고... 만약 그때 내가 유기견을 입양했고 의미있는 일을 했다면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연예계 생활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 한때는 다 귀찮고 그랬어. 그런데 지금은 방송도 더 잘하고 앨범도 더 잘 만들어서 멋진 연예인으로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사람들에게 전파해야겠다 싶어. 그래서 동기도 부여돼. 나를 위해서가 아니니까 나를 위해 살던 그 때보다 더 잘하고 싶어.
김-그때는 얻은 인기를 어떻게 유지할까 고민했고, 얻어도 공허했는데 지금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거고 왜 해야하는지도 명확해진거네. 장하다.
이-뭐야.
김-장한걸 장하다고 하지.
이-아 몰라. 착한 이미지 너무 부담스러워. 나 절대 착한사람 아닌데.
김-알아. 너 술 많이 먹고 주정부리고 노래방가면 벽타고, 내 뒷목잡고 제동아 이러는거 사람들이 다 알아. 절대로 너 착하게만 안봐.
이-주변에 어떤 사람은 나보고 감동했다, 어쩐다 칭찬하는데 나 이런 사람 아닌데 말하고 싶어. 너무 부담스럽고 민망해.
김-이중성에 대한 고민. 충분히 알지. 하지만 술먹고 주정하는 것도 너고, 더러운 견사의 똥을 치우는 것도 너야. 손석희의 시선집중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나고, 야심한 시각에 케이블 에로채널 뭐가 있나 살펴보는 것도 나야.
이-사람들이 누구에게나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특히 우리같은 연예인은 그 이미지란게 무서운거야. 누구나 욱하고 욕할 수 있고 누구와 싸울수도 있잖아. 예를 들어 이승기처럼 착하고 반듯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연예인이 누구한테 욕이라도 했다면 확 가는거잖아. 누구나 여러가지 모습이 있을 수 있는건데.
김-야. 이효리. 그런데 너 걱정하지마. 사람들은 다 알아. 너 곱창에 소주 걸치고 주정부리고, 술취해 계단 내려오다가 엎어져서 부끄러워 못 일어나고 그런거 다 알아. 그리고 네 생각만큼 너 그렇게 착한 이미지는 아냐.
이-알아. 지금이 착한 이미지란게 아니고 앞으로 그렇게 몰아갈까봐.
김-걱정마. 앞으로 봉사활동 갔다가 저녁엔 클럽가서 춤추고 노는건 어때. 부지런하다고 칭찬받을만한 일 아냐?
이-오빠가 가면 그 클럽 물 되게 안 좋겠다.
김-이거 왜 이래. 나 근래에 두번 갔거든. 인기 짱이야. 난리 났었어. 요즘 관심있게 본 TV프로그램은 뭐야?
이-잘 못봤어.
김-왜?
이-생각을 맑게 해야 하는데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김-너 방송해야 하는데?
이-그래서. 감 떨어졌을까봐 겁나.
이-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오빠 토크 콘서트에 통기타 치며 착한 노래 부를 수는 없잖아.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니까. 화끈하게 한번 해줘야지.
김-그래. 화끈하게 한번 가자. 유기견은 유기견대로 챙겨주고 무대에선 화끈한 모습 보여주고. 오늘 나랑 인터뷰라는걸 해본 소감은 어때?
이-친하니까 속을 이야기하게 되네. 괜찮은 것 같아. 하하.
김-그래. 난 네가 옆집동생같기도 하고 연예인같기도 하고 그래. 깨달음을 얻으면서 변하는 모습도 좋고. 사람들도 그런 네 모습을 다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못받아들이셔도 원망할 건 없고. 다만 네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하며 너를 인정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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