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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루시드 폴을 만났습니다

by 신사임당 2011. 12. 28.



지지난 주 루시드폴을 만났습니다. 그의 5집 <아름다운 날들>이 막 나왔기 때문이죠.
한편 한편이 시같은 그의 노랫말은 이번에도 짜르르하게 다가옵니다. 달리 표현하기가 힘들어 매번 같은 표현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이 지긋지긋하긴 합니다만.... 나직하고 조근조근하게 속삭이는 어조이지만 듣고 나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그의 이야기 방식은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음반에서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짜르르하던 가사는 ‘꿈꾸는 나무’입니다.
 ‘내가 자라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난 말하지 못한 채/ 잎새만 펄럭이겠지/ 얘기해도 될까/ 매일 내가 꾸는 꿈/ 비웃지 않고서 나의 얘기 들어준다면/ 한번 느릿느릿 얘기해볼까/ 따뜻한 집/ 편안한 의자/ 널찍한 배/ 만원버스 손잡이/ 푸른 숲/ 새의 둥지/ 기타와 바이올린/ 엄마가 물려준/ 어느 아이의 인형/ 하지만 이 세상에서/ 되고 싶지 않은게/ 내게 하나 있다면/ 누군가를 겨누며/ 미친 듯이/ 날아가는/ 화살’
별것 아닌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싶은 감탄이 나왔던 곡입니다.

루시드폴, 본명이 조윤석인 그는  “김동률씨가 그러는데  이 노래가 카니발을 디스하는 곡이래요. 카니발의 노래 중에서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곡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김동률씨 목소리를 흉내내 몇마디를 더 하는데 무쟈게 웃겼습니다. 나중에 꼭 방송에서 봤으면 할 정도로. 게다가 그는 자신이 하는 성대모사가 원형에 가장 가깝다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혹 나중에 방송에서 듣게된다면 확인해보시길.

그는 이번 음반에서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도 인터뷰 하면서 지난 시간동안 힘들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놨습니다. 올들어 음악적으로 슬럼프가 심했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자괴감으로 표현할수 있을 부분입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그는 음악적 창작활동을 놓았다고 했습니다.  방송도 그만둔 상태였고 창작활동도 잘 되지 않는 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나태해지고 뭘하고 있는지 모를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힘들었다고요. 자기 스스로를 생각하기에 너무 초라하고 하잘것 없이 느껴졌다더군요. 이부분에서 ‘저렇게 잘난 사람들도 나랑 똑같구나’ 하는 멍청하면서도 당연한 생각이 내 머리 한켠을 지나가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쨌든 그는 개인적으로 실연의 아픔이 있었고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수술을 받으시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복합적으로몰려와 구석으로 떼밀려가듯 힘든 시간들이 겹쳐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올 7월 그를 만났을 때에 비해 얼굴은 좀 편해보였습니다. 당시 공연을 준비하던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여러가지 힘든 일이 많다”고 푸석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아마도 내적 고통이 절정을 달리고 있던 시기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때 제가 "뭔 일 있냐, 굉장히 해쓱해 보인다"며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를 만난 것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2009년 말 4집음반 레미제라블이 나왔을 때 첫 인터뷰를 했고 지난해는 그의 공연을 두번 봤습니다. 올해는 7월에 인터뷰와 공연, 그리고 이달에 인터뷰를 하게 된 거지요. 그를 처음 인터뷰했을 때는 가요담당 기자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지금 와서 털어놓는 이야기이지만, 루시드폴과 관련해 제가 개망신을 당했던 일이 있습니다. 굉장한 사건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지금생각해도 망신살이 뻗친다는....
이 이야기를 하자니 구구절절 설명이 길어지는데 제가 가요 담당을 하게 된 것은 2009년 가을부터입니다. 기자 생활 14년만에 처음으로 문화부에 오게 됐고 가요를 처음 맡았던 거죠. 그때까지 저는 겉보기와 달리 음악은 거의 클래식만 들었습니다. 가요라고 해봤자 유명한 몇몇 가수들의 이름을 아는 정도, 한마디로 개나소나 다 아는 가수들의 이름을 아는 정도였습니다. 노래를 들어본 가수는 거기서 더 줄어드는거죠. 이 때문에 어떤 가수의 몇집 음반이 어땠고, 몇집부터 이런 변화가 있었고  어쩌고 하는 것이 완전 쥐약이었습니다. 그런 걸 줄줄 꿰는 기자들이 완전 부러웠죠. 물론 팝음악에 대한 무지는 더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일이니까 벼락치기라도 해야죠. 한국의 명반이니 대중가요니 뭐니 하는 책들을 대충 보는데 노래를 알아야 내용이 들어올텐데, 까막눈도 그런 눈이 없었습니다. 글로 노래를 배운 셈이니 얼마나 어설프고 겉핥기였겠습니까. 
가요 담당을 한지 일주일도 안돼서 누군가가 빅뱅이 어쩌고 하는데 “그게 뭐냐?”고 물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후배가 제 책상옆에 놓여 있던 잡지 표지를 보며 “와, 2PM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대고 “지금 세시거든” 이런 멘트를 날렸으니 당시 제 상태를 짐작하시리라...
그래도 초등학생 딸래미와 함께 하다보니 아이돌은 금방 진도를 따라잡았습니다. 인디나 메인스트림 할 것 없이 명단을 펼쳐놓고 기사를 찾아 읽어보고 음악도 들어보며 나름 노력을 했습니다. 약 두달 정도가 지났을까. 연말 기획으로 저같은 사람을 위해 연말에 꼭 찾아봐야 할 가요공연 기사를 쓰기로 했습니다. 전문가 몇분들에게 전화설문형식으로 추천을 받았죠. 라디오 음악피디로 유명한, 대중들에게도 꽤 알려진 한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분은 “우선 조용필의 공연을 봐야 하고 다음은 이문세 공연”이라면서, 가요 입문자가 들어봐야 할 이유를 설명해주시더군요. 그리고 이어간 말씀이 “마지막으로 꼭 보셨으면 하는 공연이 루시드폴이에요”라고 하는 그 때 제가 뭐라고 했느냐면... “아니, 외국사람 말고요. 한국 가수 공연이요.”. 거기까지 했으면 괜찮을텐데 한국 가수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도 “왜 살만 루시디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는 병신 드립까지... 그나마 뒷말은 저혼자 중얼거리다시피 해서 전화너머 그분이 못들었기를 바라고 믿는 정도입니다. 전화였기에 망정이지 정말 당장 끊고 숨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아마 그분 역시 기자들 전화 받으며 그런 무식한 리액션을 받은 경험은 처음이었을테죠. 그 이후로도 루시드 폴 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그때의 화끈거리는 기억이 스치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