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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김동률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by 신사임당 2011. 12. 29.

지난 월요일, 26일. 김동률 콘서트에 갔다왔습니다.
귀차니즘 때문에 이제사 공연 후기랄 것도 없는 그저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1년전부터 콘서트를 준비하고 게스트를 섭외할만큼 까다롭고 꼼꼼한 그의 콘서트는 매번 순식간에 매진이 됩니다. 몇년에 한번씩, 그리고 한번 할 때도 2~3회 정도밖에는 하지 않는... 게임으로 굳이 비유하자면 레어 아이템이라고 할만한데  그래서 그의 콘서트가 더욱 기다려지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만났을 때 소극장공연처럼 좀 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성대가 약해서 오랜기간의 공연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번 공연은 웅장한 풀 오케스트라와 브라스밴드가 펼치는 황홀한 연주, 이보다 더 세심할 수 없는 조명, 온몸을 불사르는 듯한 폭발적 열창으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 제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만을 말하려 합니다.
셑리스트는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에 맞게 대중적이고 무겁지 않게 짜여졌습니다. 그의 음악은 다른 대중가요와 달리 따라부르기보다 듣는 음악으로 즐기게 되는데 이날은 취중진담, 아이처럼, 사랑한다는 그말 등을 소심하게 따라불렀습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삽입됐던 해리코닉주니어의 ‘It had to be you’를 부른 뒤 그는 “아마 해리코닉 주니어도 지금 공연한다면 (비용때문에) 이렇게 빅밴드 오케스트라를 올리지 못할 것 같다”며 자부심과 뿌듯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습니다. 또 신나는 ‘J's bar에서’로 흥을 돋우며 멋드러진(솔직히 아주 멋있었다기 보다 예전에 비해서 여유가 많아졌다고 보는 편이 나을 듯...) 댄스를 선보일땐 많은 여성들이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지르며 아이돌 공연 못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지요.
‘아이처럼’을 부를 땐 그만 가사를 까먹는 실수를... 본인도 쑥스러웠는지 웃으며 넘기더군요. 그런데 완벽주의자이자 깐깐하기로 소문난 그의 실수가 오히려 공연을 즐겁게 만들어줬습니다. 감동의 도가니는 이번 음반 타이틀 곡 리플레이, 앵콜곡 기억의 습작을 부를 때였습니다.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올라갈 때 나오는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크림같은 풍성한 목소리톤(저 역시 미치도록 좋아합니다)과 감미로운 그의 피아노 선율, 우아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우러지는데... 그 향연은 그 자체로 판타지이자 감동의 절정이었습니다. 웬만해선 넋을 잃지 않을 재간이 없는 그런 순간이었죠...
사운드를 더 빛나게 만든건 조명. 무대는 특별히 다른 내세울 건 없었지만 사운드와 조명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할만큼 조명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섬세하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조명만 있다면 다른 무대장치는 필요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슴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날 그의 가창력은 나가수 1등 트로피 100개(요즘 100개라는 숫자에 민감해져서리..)받을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몸이 부서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절절히 느껴졌죠. 그런데 막판으로 갈수록 약간씩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 열창을 장시간 유지하기엔 타고난 성대가 약하다는 것이 느껴졌고, 껑충하게 마른 몸은 곧 탈진해 쓰러질 것처럼 여리고 약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가 장기간 공연을 부담스러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앵콜을 요청할 때 두차례 나와 세곡을 들려줬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도 사람들은 20분 이상 그의 이름을 부르며 앵콜을 외쳤으나 결국 그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지 않은 것일텐데, 대기실 바닥에 쓰러져 있지나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습니다.

그의 콘서트는 충분한 감동을 안겨줬고 감성적 욕구와 좀 심하게 말해 감성적 허영심까지 다 채워줬습니다.
그가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던진 깨알같은 재담도 공연장을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 기자님들도 와 계실텐데 기사 보니까 연말 암표시장 수수방관 이런 내용들도 있더라고요. 대책없이 손놓고 있다고. 그런데 제 공연표가 언제 얼마나 팔릴지, 또 매번 매진이 될지 알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런데 매진에 대비해 이런 대책을 마련하겠다 이러면 얼마나 재수없겠어요. 부디 암표는 사지 마시고, 제가 좀 더 공연을 자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관객들에게 폭소를 안겨줬던 또 한분은 연주자이자 게스트로 함께했던 재즈피아니스트 송영주씨입니다.그는 김동률씨의 까칠하고 깐깐함을 공개했습니다. 김동률의 공연에 섭외되는 것은 좋지만, 함께 하는 과정은 많은 인내력을 요구하는 고난의 과정이라며. 연습때도 마찬가지고 공연을 하면서도 끝나고 나서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전화해서 이런저런 지적질을 한다는... 게다가 피아니스트에게 주는 악보에 손가락번호까지 적어 준다니 가히 그 꼼꼼함은 웬만해선 대적불가할 정도인 것 같네요..
그래도 당사자나 주변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힘든 만큼 우리들이 좋은 음악으로 감동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죠. 그런 점에서 그분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고생하고 힘들어주시길 바래봅니다.. ㅋㅋ